3주 전, 내 인생 첫 솔로 페이퍼를 드디어 완성해서 업로드 했다. 그 후로 공부, 일을 일절 하지 않으며 겨울방학을 만끽하는 중이다.
자고 싶은 시간에 자고, 하루종일 누워있기도 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모든 것으로부터 휴식을 가지면서 나 자신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서른이 넘어가는 내 인생에서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나는 INTJ이다. 가끔은 쓸데없이, 모든 일에 진지하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늘 진지하게 생각해서, 내가 대체 누구일까? Who am I? 라는 질문을 꽤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한 문장의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도 나 자신에 대해 탐구 중이다. 그 중 요즘에 생각중인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싶은가?이다. 내가 가질 지위나 재산말고도 어떤 ‘사람’이 되고싶은지.
이 또한 한 문장으로 답을 내릴 수 없다. 어디선가 보았다. 내가 이루고 싶은일들을 적어두고, 말하다 보면 이루기가 훨씬 쉽다고. 그래서 적어본다.
나는 외유내강인 사람이 되고싶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누군가 나를 공격해와도 웃을 줄 알며 그래 너는 그래라~ 하는, 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자만심과 자신감은 한 끝 차이인데, 자신감 많고 당당한, 하지만 겸손한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싶다.
주변사람들이 뭐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가 많든 적든, 학위가 높든 낮든, 재산이 많든 적든, 그 누구에게든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싶다.
언제나 뭐든지 새로운 걸 배우려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나 자신만이 내 인생의 주체가 되었음 한다.
맡은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양보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싶다.
어디서나 똑부러지고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이 정도 아닐까? 사실 ‘선‘한게 뭔지 고민하다 보면 또 끝이 없는데 그건 일단 미뤄두자.
내가 가질 지위나 재산의 형태는 어떨까?
나는 연구중심대학의 교수가 되고싶다. 캠퍼스 근처 조용한 동네에 작은 집을 갖고싶다. 그 외엔 우리 고양이 배불리 먹이고, 한국에 일이 생기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정도 여유의 재산이면 충분 할 것 같다. 늘 그랬듯 내가 맡은 일을 천천히 열심히 하다보면 많은 돈은 아니더라도, 먹고 살만하긴 할 거라고 믿기에. 욕심부리지 않고 싶다.
그렇다면 어떤 교수가 되고싶은가?
정교수가 되더라도 자주 학회를 가고 연구를 끊임없이 하고싶다. 은퇴하는 날까지 수학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으면 좋겠다. 가끔은 내가 하는 일이 싫을 때가 있을 수 있고 쉬고 싶어도 괜찮다고 나를 다독여 주고 싶다. 필즈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수학자는 아니더라도, 작은 나의 분야 내에서 ’열심히 하는 애‘로 알려지고 싶다.
또, 가르치는 일이 내 우선순위는 아니지만, 학생들이 싫어서 피하는 교수가 되고싶지는 않다. 세상에서 제일 잘 가르치는 교수는 아니더라도, 제일 따듯한 선생이고 싶다. 특히 수학은 누가 가르치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가르치게 되는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감정이 나로 인해 좋게 바뀌었음 좋겠다.
갈 길이 멀다. 아직 나는 한참 부족한 사람이지만 나는 내가 되고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내가 이 모든 걸 갖춘 사람이 되더라도, 나는 내 자신이 더 나아지기 위해 더 고민하고 더 노력할 사람이라는 걸 안다. 나는 나를 믿는다.
잠이 안오니 ’선‘한게 뭔지 한 번 생각해볼까.
나는 모든 생명체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본성이라고. 생존하기 위한 당연한 자연의 이치라고. 우리가 행하는 ’선’한 행동은 학습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여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상대를 위한, 착한 행동을 안 해서가 아니라, 내 의도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해서. 내가 상대를 위한 ‘선’한 행동들이 결국은 아 나 착한일 했어~ 하는 나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 여기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부터 시작된 것 같아서. 나 착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부터 시작된 행동이 어떻게 선할 수 있는 건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이기적인 동기. 물론 주변을 도와주거나 무언가 착한일을 하는 모든 순간 순간 그런 고민을 하지는 않지만, 나 착한 사람이어야 한다 하는 감정이 무의식에 깔려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선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러다 최근 이러한 생각을 했다. 말했듯이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를 위해 무언가 해주려는 건 학습된 행동이다. 그런데 뭘 하면 좋을지 알고도, 그 행동을 실천할지 안할지는 결국 나 자신의 몫이다. 나 자신을 뿌듯해하기 위한 일이었어도, 내 불편함을 감수하고 좋은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또 뭘 하면 상대에게 좋을지 학습 하려는 마음이 결국 선한 것 아닐까.
그렇다면 ‘악’한건 또 뭘지. 이기적인게 본성이라면 그걸 악하다고 할 수 있을지. 생존을 위해 사슴을 잡아먹는 호랑이보고 악하다고 하진 않잖아? 모르고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초래했다면? 배려하려는 학습이 덜 된건 선하지 않은 걸끼? 선한 동기로 선한 행동을 했지만 악한 결과가 나왔다면, 이것은 선일까? 악일까? 악한 결과를 예측하지 못 했으니 (안 했으니) 아무리 선한 행동을 했어도 악일까? 답은 없다.
선한 동기 + 선한 행동 + 선한 결과 = 선
이기적인 동기 +선한 행동 + 선한 결과 = 선????
악한 동기 + 악한 행동 + 악한 결과 = 악
악한 동기 + 악한 행동 + 선한 결과 =???
선한 동기 + 선한 행동 + 악한 결과 =???
모든 일들, 모든 행동들은 선과 악 딱 잘라 구분지을 수 없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1 과 0 만으로 이루어진 컴퓨터와 다르다. 모든 것들을 흑 백으로 나눌 수 없다. 그러니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내가 가진 데이터로 더 나은 선택을 내리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자자 이제.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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