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고양이 키우면서 바뀐 나의 생활. 미국에서 고양이 입양하기

uoon 2025. 1.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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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내 고양이를 키운지 2년이 되었다. 그동안 내 삶이 어떻게 바뀌었나 남겨두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특히 고양이 입양을 고민중인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키우기 전 염두해야할 것 들이 될 것 같다.

지금은 고양이 한마리를 임보 중이라 우리 고양이가 얼마나 예쁘고 착한 앤지 깨닫는 중이다. 근데 고양이가 착한 이유가 물론 본성도 어느정도 있지만 내 역할이 큰 것 같다. 사랑하면 닮는 거 랬어. 

 

고양이 입양 과정

미국에서 애완동물을 입양할 때, 보통 Pet finder라는 웹사이트를 이용한다. 정말 정말 많은 동물들이 있다. 특히 우리동네는 거의 시골이라 길고양이가 많이 없는데도, 입양이 가능한 고양이들이 정말 많다. 사실 처음에 나는 고양이 입양해야지. 가 아니라 나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입양하고싶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웹사이트를 스크롤 하면서 여러 애기들을 봤다. 고양이가 얼마나 케어하기 어려운지, 강아지라면 산책을 얼마나 자주 해야하는지, 등등의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채. 맘에 드는 특정 아이를 application 할 수 있는데 그럼 보호소나 입양처에서 연락이 온다. 입양비는 100-150$ 정도?  나는.. 정말 많은 멍멍이와 냐옹이들을 골라 신청했고, (좀 바보같지만) 제일 먼저 연락 오는 아이를 내꺼로 할래. 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 다음날, 어느 보호소에서 연락을 받았다. 이 고양이 입양가능하다고. 그래서 내가 결정하기 전에 미리 만나볼 수 있을까?? 했더니 고양이 카페로 이송되었다고 했다. 마침.. 그 고양이 카페가 바로 우리집 근처네? 나 지금 당장 갈게!! 하고 가봤다. 카페에는 고양이룸/ 카페가 분리되어 있었는데, 고양이 룸에 들어가지도 않고 유리창 넘어로 이 고양이를 본 순간. 어 쟤다. 쟤야. 쟤 내꺼. 하는 마음이 들었다.

You are coming home with me!!!! 사실 고양이 캐리어도, 화장실도, 집에 아무것도 준비되어있지 않아서 사정을 말하며 카페에 간이 캐리어라도 있냐 물어봤더니, 없단다. 고양이를 킵해둘수 있으니 준비되고 내일와서 데려가도 된단다. 근데 그럼 내 고양이가 하루나 더 카페에서 자면서 다른 사람들 손에 만져지고 있어야 한다고?!! 그건 못 참지. 해서 잠깐만 기다려줘. 하고 당장 마트로 달려가 고양이 용품을 샀다. 뭐가 좋은 건지도, 뭐가 싼건지도 모르고. 그렇게 다시 카페로 돌아가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이 귀염둥이가 우리집에 오자마자 내 다리를 베고 잠이 들었다. 그 순간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 순간 아니었을까 내가 너 평생 사랑해줄게. 한게.

 

고양이를 데려오고 나의 생활이 바뀌었다. 특히 처음엔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어서 밥시간 꼭 맞춰서 밥을 주고, 같은 시간에 양치를 시키고, 고양이와 같은 시간에 잠을 잤다. 친구들이랑 놀다가도 어 나 고양이 양치시켜야하는 시간이야 빠이~ 하고 집에 갔다. 새벽 2시나 되야 잠들던 나인데, 이 때는 혹시나 잠든 고양이 깨울까봐 밤 10시에 침대로 가고 아침에 5시에 일어났다. 그렇게 천천히 고양이는 내 일상에 스며들었고, 지금은 서로의 루틴이 아주 잘 맞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잦은 학회로 집을 자주 비우고 쉬는 날엔 집 밖 나가기 싫어하는 나에게 강아지보다 고양이가 더 잘 맞는 것 같다. 

 

 

 

내가 고양이를 위해 고려하는 것 들

  • 부엌 상판이나 테이블을 다목적 세정제로 닦아주는데, 닦은 후 꼭 물 묻은 키친타올로 한 번 더 닦아준다. 고양이의 발바닥 젤리는 접촉하는 것을 다 흡수 한다고 한다. 우리 고양이가 가끔 밟고 올라가는데 혹시나 몸에 안좋은 세정제를 먹게 될까봐 물로 한 번 더 닦아준다. 

  • 고양이의 관절을 위해 카펫 바닥을 참고 산다. 미국인들 신발 신고 집에 들어오는 거 생각하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의 카펫트가 얼마나 더러울지 상상하기도 싫다. 나는 청결을 위해 마룻바닥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아파트를 구할 때 카펫 바닥이 되어있는 아파트를 고른다. 근데 내 관절에도 좋은 것 같다… 

  • 청소기를 매일 돌린다. 고양이 털도 문제지만, 고양이 모래 사막화가 카페트 사이사이로 장난아니다. 특히 응가 한후 우다다 뛰어다가버려서 매트가 화장실 앞에 깔려있어도 소용이 없다. 그걸 밟고다닐 젤리와 그 젤리를 핥을 고양이 생각하면... 그리고 내 머리카락. 정말 가끔 우리 고양이 입에 내 머리카락이 걸려있는 걸 볼 수 있다. 뱉어내지 못하는 고양이 입 구조 특성상 긴 물건을 입에 넣으면 삼키게 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하수구도 막히게 하는 내 머리카락들이 우리 고양이 뱃속에 꼬인다고 생각하면 청소기 돌릴 수 밖에! 좀 넓은 집으로 이사가면 로봇 청소기를 사야지. 돌돌이도 자주.

  • 정리정돈을 자주 한다. 혹여나 작은 소품들을 삼킬까봐, 특히 악세서리나 에어팟, 내 물건은 사용후 바로 고양이 눈에 안 보이는 서랍에 넣어둔다. 서랍을 열 수 있기는 하지만 평소 자주 보고 본인이 갖고 놀던게 아니라서 이렇게 바로 치우면 관심이 없다. 또 방울이 달린 고양이 장난감도 앙앙앙 무는 걸 많이 봐서, 혹시나 줄이 끊어져 삼키게 될까봐 놀아준 후 바로 바로 치워둔다. 고양이 장난감이 이리 저리 널부러져 있으면 고양이가 그 장난감들에 흥미를 잃는 것 같다. 놀아줄 때만 꺼내야 더 신나하는 느낌? 어디다 두는지도 알아서 놀고싶으면 그 서랍 앞에서 먀옹한다. (가끔 서랍도 열어..) 공이나 인형들은 고양이가 닿을 수 있는 바스켓에 넣어둔다. 고양이들도 그게 거기 있는 거 알아서 본인들이 놀고 싶을 땐 알아서 꺼내서 잘 쓴다. 이렇게 넣어두면 청소기를 돌릴 때도 훨-씬 수월하다.

  • 쓰레기도 매일 버린다. 고양이 화장실을 매일 비워주는데, 이거 그냥 큰 일반 쓰레기통에 넣어두면 쓰레기통 냄새가 아주아주 고약해진다. 그래서 마트에서 가져오는 작은 마트 봉지에 모아 매일 갖다 버린다. 고양이 화장실을 매일 비울 필요가 있어..? 싶겠지만 자주 안 비우면 쉬야들끼리 뭉치고 리터박스 벽에 붙고 해서 더 치우기 힘든 것 같다. 하루에 세네번 쉬야에 한번 응가까지 하면 리터박스 하나 꽉 찬다. 자주 치우기 싫다면 리터박스 여러개 놓아도 좋다. 나는 세 개나 있는데도 쌓이는게 싫어 매일 한다. 고양이도 당연히 깨끗한 화장실을 좋아한다. 
     
  • 종이 상자나 종이 포장재를 못 버린다.. 택배가 오면 왜이렇게 좋아하는지 꼭 집에 며칠 놔둬야한다. 내 고양이는 지금 종이 포장재를 엄-청 좋아한다. 이케아 배송때 온 긴 종이 포장재를 널부러 트려 놨다가 꼬질꼬질 해져서, 버리기 전에 알아차릴까?.. 하고 숨겨 놨더니, 숨겨놓은 데를 귀신같이 알아서 그 앞에서 꺼내달라고 먀옹 거린다. 이런데 어떻게 버려…

  • 수면시간. 날이 추워 이불 안에만 있고 싶은 날에도 일단 눈이 뜨면 몸을 일으켜 고양이 밥을 줘야한다. 냥이 건강을 위해 캔음식만 먹여서 자동 급식기를 수도 없다 ( 존재하긴 하지만 설거지 생각하면 굳이..). 캔음식은 마르면 그릇에 왜그렇게 늘러 붙는지 설거지도 매일이다. 집에 늦게 들어와 피곤해 일찍 자고싶은 날에도 놀아주고 자야한다. 안그러면 고양이한테 냐옹으로 혼나서 어차피 못잔다. 그래도 우리 고양이는 밤에 잠들면 6시간 통으로 자고 아침 두시간 정도는 혼자 구경하면서 나를 깨워서 착하다.. (이것도 연습해야한다. 처음 데려왔을 새벽에 랜덤하게 깨워서 너무 고생)

  • 집 꾸미기. 가죽소파나 천 소파는 상상도 못한다. 지금까지 코듀로이 소파를 써왔는데 그나마 고양이의 긁힘에 강한 것 같다. 소파 양 옆으로 스크래쳐도 놔서 소파 스크래치는 덜한다. 내 책상 의자는 얘가 너무 좋아해서 이미 마음을 비웠다. 다 긁어놨어. 다음에 사면 꼭 커버를 만들어 끼워놔야지.. 게다가 한국은 깔끔하고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고양이 용품도 많은데 여기는 왜이렇게 다 비싸..? 예쁘지도 않으면서..? 내 책꽂이 살 돈은 아까운데 내 고양이 타워, 휠 사줄 돈은 하나도 안아깝다. 그래서 내 거실은 우리 냥이 놀이터. 내 책상마저도 책상 옆 벽 선반 올라가는 계단일 뿐~ 이사 나갈 때 벽 고치는 거 귀찮아서 내 선반, 액자는 안 걸어도 우리 고양이 놀 선반은 꼭 걸어준다. 커튼은 뭐. 창문 해먹 설치해 놓으면 못 닫는 건 당연하고. 고양이 화장실은 또 왜이렇게 크고 못생겼는지! 리터로봇도 팔지만 닫힌 공간인게 싫고 고장나면 애기 다치거나 내가 귀찮아질까봐..

  • 향 나는 제품 노노. 내가 캔들을 정말 좋아해서 미국와서도 많이 모아놨었는데, 고양이 폐에 안좋다는 걸 보고 이제 캔들은 아예 안 켠다. 사람 폐에도 안 좋다는 거 보고 관심도 없었는데.. 그래도 가끔 쇼핑 가서 좋은 향 있으면 사게 되긴해서 안 쓴 캔들이 한가득. 향수도 창문 열고 뿌리거나 차에가서 뿌리고, 자주 안뿌리게 된다.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손에 남아 있는 거는 꼭 씻어서 없앤다. 우리 냥이 만져야 하니까! 핸드크림도 무향으로 자기 전이나 나가기 전에만.. 그래서 손도 정말 자주 씻고 환기도 자주 시킨다. 특히 귤 먹은 손 싫어해.. 겨울 냥이를 위해 공기청정기 까지 샀습니다.. 물론 겨울에 아무리 추워도 하루 한 번 환기는 필수!

  • 음식 꺼내놓기 안 됨. 먹다 남은 음식을 그대로 놔두면 고양이 털이 앉기도 하고 해산물같이 고양이 들을 유혹하는 냄새의 음식이면 꼭 가서 킁킁 거린다. 그러다 양념 많이 된 음식 먹으면 건강에 안 좋으니 음식은 꼭 뚜껑을 닫아 치워둬야 한다. 지금 임보중인 고양이는 포장되어있는 과자봉지도 다 뜯어 놓아서 결국 장 안으로 숨겨놨다. 설거지 하려고 놔둔 접시도 핥아서 설거지 바로 안 할거면 꼭 애벌로 찌꺼기를 닦아놔야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참고사는게 많네 냐옹아..? 뭐 더 좋아하는 사람이 양보하는 거지 그치? 그래도 이렇게 정리 잘 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교육시킨 덕에 먹으면 안 될 거 먹거나, 다쳐서 응급실 간적은 없다. 우리 냥이는 본인이 조금 기다리면 충분히 놀아주고, 예뻐해주고, 간식이랑 밥도 잘 주는 거 안다. 그래서 그런지 새벽 우다다도 안하고, 나 안 깨우고 잘 자고, 내가 일 할 땐 책상 위에 안 올라오고 얌전히 옆에 바닥이나 내 의자에 같이 앉아 있는다. 내가 밥 먹을 때도 지금 임보중인 냥이는 본인도 달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테이블 위에 올라와 귀찮게 하는데, 우리 냥이는 내가 먹는거 기다리면 나 다먹고 자기도 줄거 알아서, 내가 먹는 게 고양이 음식아닌걸 알아서, 테이블 밑에서 얌전히 기다린다. 그러다 내가 밥 다먹고 일어나면 그제서야 냐아아옹 하고 지도 달라고 밥그릇이나 간식 있는데 앞으로 가.. 얼마나 착해. 우리 냐옹이 가끔 스트레스 받으면(현재 임보고양이 때문에 매우 스트레스, 혹은 내가 친구에게 냥이 맡기고 오래 집 비울 때) 설사를 하긴 하지만 아주아주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지낸다. 우리 냥이는 내가 거실에 있으면 거실에 있고, 내가 방으로 가면 방으로 따라온다. 내가 밤에 Let's go to bed! 하고 양치를 하러 가면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다가 방에 따라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눕는다. 간식이 먹고싶으면 냐옹 한 번 한다. 그러고 내가 따라가면 간식 있는 장 앞에 얌전히 앉아서 골골송을 부른다.. 그러면 너무 예뻐 간식 줄 때 뽀뽀도 해줘 우리냥이..  ( 뽀뽀 훈련시킴)

 

결론은 내 자랑 내 고양이 자랑이 된것 같네 허허.., 고양이 키우려는 사람들, 혹은 고양이의 행동들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 작고 소중한 생명이 나에게 의지한다는 것은 물론 행복한 일이다. 그 행복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 내가 전부인 그 아이들에게 내가 어떻게 해주냐에 따라 아이들의 감정, 그 결과로 행동이 달라진다. 고양이도 충분히 교육, 훈련을 시킬 수 있고,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평화롭게 집에서 사람과 공존할 수 있다. 고양이들도 내 몸짓 하나, 말투 차이를 다 알아챈다. (고양이 행동전문가가 아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당연히 고양이 바이 고양이겠지?) 세상 모든 고양이들 그리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벽에 만들어둔 선반에 올라가있는 임보중인 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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