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미국 박사 유학 : 졸업! 지난 5년을 돌아보며.

uoon 2026. 5. 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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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졸업을 한다. 학생으로써의 마지막 글.

 

마지막으로 이 블로그에 글을 쓴게 작년 1월이다. 1년 반동안 바쁘고 힘겹게 살았다.

 

2025 봄학기에는 티칭과 여러 학교 발표, 학회들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2025 여름에는 논문 두개를 끝내고 우울감에 빠져살았다. 8월에 다녀온 여행이 그나마 나를 살렸다.

2025 가을-겨울 에는 job application 을 시작하고 학회들을 다니며 '나'를 세상에 알리기 바빴다. 

2026 봄에는 드디어 잡 오퍼를 받고, 한국에 가서 비자 리뉴를 하고, 이사와 졸업 준비를 하며 살고 있다.

 

 

지난 일년 반 동안, 여기 저기 많이 다녔다. 총 세개의 논문을 끝내고, 운이 좋게도 여기저기서 초청을 받아 발표를 많이 다녔다.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몸이 많이 지쳐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비자의 불안감도 더해지고, 취업의 불안감까지 더해져서 2025년은 정말 힘들었다. 

큰 마음을 먹고 therapy 를 시작했는데, 만나는 therapists 들 마저 별로였다. (영주권자랑 그냥 결혼하래 나보고^^)

업친데 덥친격으로, 25년 10월 학회에서는 성희롱과 인종차별(중국인에게 받았으니 인종차별은 아니려나)을 심하게 당하고, 나 여기서 뭐하는 거지. 수학 그만 해야하나, 이제 떠나야할 때가 온건가. 싶은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job apply를 할 때도 끊임없이 나를 의심했다. 과연 내가 여기에 지원할 자격이나 있나? 뽑아주려나? 안뽑아주면 어떡하지? 논문 세개 밖에 없는데 너무 부족한거 아니야? 나의 셀링 포인트가 뭐지? 내가 뭐가 특별해? 

 

취업은 정말 누구에게나 다 힘들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나의 미래가 내 손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느 나라, 어디로 가게 될지도 모르고, 미국에 남아있게 될지도, 같은 학교에 1년 더 남아있게 될지도 모른다는게 너무 힘들었다. 1월 쯤 지원을 마치고 그저 기다리기만 하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지옥이었다. 내가 정말 가고 싶던 학교가 있었는데, 2월의 한 학회에서 그 학교 교수님을 만나게 되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미 내정자가 있다며,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걸 듣는데, 그자리에 주저 앉아 엉엉 울어 버리고싶은걸 어찌 참았는지. 

 

다행히 2월에 인터뷰를 보고 오퍼를 두개 받았고, 그 중 하나를 골라서 가기로 결정이 되었다. 미국에 머물게 되었다. 감사함에 안도감에 많이 울었고, 세상이 다시 밝아졌다. 졸업논문심사와 논문 제출 까지 마치고 나니 마음도 몸도 여유롭다.

그래서 졸업을 한다. 내일이 졸업식이다. 아직 실감이 안난다. 내 이름 앞에 Dr. 가 붙는다니! 내가 진짜 박사라니??

여전히 나 자신을 의심하기도 한다. 과연 내가 닥터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지,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축하와 격려를 받을 자격이 되는지. 

 

 

 

 

 

지난 5년을 돌아보게 되었다. 일을 연구를 열심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정말 치열하게 힘들게 살았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그 덕에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했다. 수학말고도 인생에 대해서 배우고 가장 중요하게도, '나'에 대해서 배웠다. 홀로 서는 법을 배웠다.

 

제일 잘 한 일 중에 하나는 작년 여름에 고양이랑 단 둘이 간 여행이다. 도심에서 3시간 떨어져있는, 핸드폰 전화도 안터지는 곳에서 일주일동안 지냈다. 모든 것에서 벗어나 혼자 있고싶어서 간 여행이었다. 가족에게도 주변 친구들에게도 지도교수님에게도, 나 일주일동안 사라질게. 미리 얘기를 했다. 일주일동안, 폰도 안터지는데 뭐해?!!? 하면서 주변에서 많이 놀라기는 했다. 

매일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퍼즐을 하고, 바이올린도 연습하고, 가만히 누워 바람과 햇빛을 느끼기도 하고, 불도 피우고, 별도 보고.

나 자신에게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도 많이 썼다.

그 중 마음에 드는 글;

 

난 내가 참 좋다. 겉으로 보기엔 한 없이 차가워 보이는 사람이지만, 불도 피울 줄 알고, 벌레도 마다 않고. 어디서나 적응을 잘 하고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내가 참 자랑스럽다. 내 자신이 진심으로 자랑스러운게 얼마만인지. 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던게 얼마나 오래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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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앞에 앉아 바라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불은 무엇을 위해 타오르는지. 그저 존재를 위해 존재하는 건지. 나도 불일지. 나의 연료는 무엇일지. 언제까지 타오를 건지. 불처럼, 존재만으로도 충분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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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이 끝나더라도 잊지말자. 나는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이 여행 전 나는 한없이 작아져있었다. 혼자 있으면서 나만을 생각하면서, 사소한 것에 나를 자랑스러워 하게 되고, 사소한 것을 감사하게 되고, 사소한 것에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다시 속세로 돌아와 일에 치이면서 자주 잊기는 하지만, 이 여행에서의 기억들은 여전히 나를 힘나게 한다. 위험천만하고 미친짓이긴 했지만, 나에게 너무 소중한 일주일이었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게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 여행이었다. 

 

지난 5년동안 박사학위를 따는 것보다도, '나'에 대해 배우는게 가장 보람찬 일이었다.

내가 뭐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어떨때 불안감을 느끼고 어떨때 안정감을 느끼는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무엇이 나를 슬프게 하는지. 내 인생에 꼭 필요한게 무엇이고, 무엇은 없어도 되는지. 어떤 사람들 곁에 있고싶은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싶은지. 그걸 배운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나 자신을 조금은 자랑스러워해도 괜찮다. 

 

 

 

앞으로 불안한 순간들, 내가 나를 의심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또 있을거다. 

내가 단단하면 그런 순간들이 더 차분히 지나가겠지. 드디어 학생신분을 벗고, 홀로 선다는게 두렵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잘해낼 거라고 나를 믿어주고싶다. 짓밟히고 잎이 뜯어져도 다시 자라나는 잡초처럼. 꾸준히 천천히. 그렇게 더 성장하겠지?

 

 

졸업 축하해. 그동안 고생많았어.

 

 

잠시 멈춰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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