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4일 나에게 매우 중요한 시험이 있었다.
1월 3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약간 어지럽고 머리가 아팠다. 원래 머리가 자주 아파서 스트레스 때문에려니 싶었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친구가 내 연구실에 오더니, 다짜고자 "너 괜찮아?" 라고 물어봤다.
>> 엥? 무슨 소리야?
>> 다른 애들 다 아파.
알고보니 12월 31일, 새해 파티 때 나 포함 1학년 대부분이 파티를 했는데, 그 중 대여섯명이 코로나처럼 아프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한 친구가 1월 1일 저녁부터 아프기 시작해서, 벌써 학과장 교수님께 코로나 인것 같다. 검사받아서 결과 기다리는 중인데 내일 시험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메일까지 보낸 상태였다.
시험이 미뤄지겠구나 싶었고, 괜히 나도 열이 나는 것 같아서 결국 연구실에서 공부를 포기하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 누워있으니까 걱정때문인지 머리가 더 아파지는 것 같았고 그렇게 밤을 보냈다.
1월 4일. 친구검사결과 확진이라고 연락이 왔다. 나도 아침에 일어났더니 몸이 너무 무거워서 오후에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통과 피로감, 열 말고는 증상이 없었다.
1월 5일. 또 다른 친구들이 확진이라고 연락이 왔다.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찢어지게 아팠고, 기침이 끊이지 않았다. 열이 끓었다. 너무 너무 피곤하고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잠만 잤다. 낮에도 밤에도. 24시간 중 깨어있던 시간이 3시간도 안 된다.
1월 6일. 결과를 받았는데 음성이었다. (말도 안 돼!) 계속해서 목이 아프고, 열이 나고, 여전히 잠만 잤다.
1월 7일. 목이 아픈게 남아있지만 두통은 조금 가셨다. 또 잠만 잤다. 저녁에 사워크림 가득한 브리또가 먹고싶어서 음식을 배달 시켰는데, 혀에 가시가 난듯 입맛이 너무 없어서 결국 다 버렸다.
1월 8일. 목만 아프고 정신이 좀 차려졌다. 시험이 13일로 다시 잡혀서, 공부를 하려고 커피를 만들었는데, 아무런 향도, 맛도 느낄 수 없었다. 아. 나 미각 후각 잃은거였구나. 하고 이때 깨달았다. 해가 떴길래, 몸을 움직여 볼까 하고 산책을 나갔는데, 다리에 아무런 힘이 안들어가서 결국 5분만에 집에 돌아왔다.
1월 9일. 목이 여전히 아팠다. 몸이 여전히 무거웠지만 그래도 정신은 차려졌다. 당장 목요일로 다시 시험이 예정되있어서 정신을 차리고 싶었는데, 도저히 집중이 안 됐다. 계속해서 잠이 왔다.
1월 10일 그 후. 목아픈건 차차 가셨고, 몸도 많이 나아졌다. 책상에 앉아있는건 가능했는데, 집중력이 5분도 안됐다. 아픈동안 잘 먹지 못하고 누워만 있던 탓에 체력도 고갈됐고, 한 일주일 정도는 머릿속이 뿌옜다. 움직이기도 싫었고 온 몸이 땅 속으로 꺼지는 듯 했다. 시험도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다. 하하.
미각 후각은 2주정도 지나서야 돌아왔다. 내 평생 가끔 슬픈 일이 있긴 했어도 "우울감"이라는 걸 심하게 느껴본적 없는데, 미각이 없는 동안 정말 정말 서럽고 우울했다. 당장 공부할 건 산더민데, 집중도 안 되고, 매운 거나 엄청나게 단 음식들을 먹고 스트레스를 풀고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뭔가가 먹고 싶어서 시간을 들여 기껏 요리를 했는데, 조미료를 안 넣어도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맛을 못 느낀다는게 너무 우울했다. 이럴거면 요리 왜했지.싶어서 내가 만든 음식도 못 먹고 운 적도 있다. 다른 글에도 썼듯이 음식은 내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는데, 미각을 잃은 동안 음식이, 맛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코로나가 사람들에게 우울감을 준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2주만에 미각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여전히 맛을 못 느끼고 향을 맡을 수 없다면, 이 우울감에서 빠져나오지 못 했을 것 같다. 시험이 끝나고, 스트레스가 좀 줄어들고, 내 생활패턴을 되찾으면서 미각 후각도 되찾은게 정말 큰 다행이다.
코로나에 걸린지 한 달 정도가 지난 지금, 지난 학기보다 더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지내는 중이다. 요리도 건강하게 많이 해먹으려고 노력하는 중! 앞으로 코로나 안 걸리게 더욱더 조심해야지.
모두들 코로나 조심.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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