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안 썼다. 너무 바빴다. 마음이 바빴다.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갑자기 숨이 벅차 울고싶어져서, 마음 다잡으려고.
여름방학의 절반은 티칭 + Reading course로 보냈고, 나머지 1/4은 여름학교, 마지막 1/4은 퀄 재시험 준비를 하며 보냈다.
= 쉬지 못 했다.
퀄 시험 후 한 5일 제대로 쉬었나. 이 마저도 학기 시작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보내서 쉰 것 같지도 않다.
그렇게 2년차의 가을 학기를 이미 지친 상태로 시작했고, 그 후 끊임 없이 달려왔다.
9월의 나는 내가 지친 줄 몰랐다. Advisor를 정했다는 사실에, 새로운 것들을 배울 생각에 신나 있었다.
물론 아직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지금 하는 연구가 굉장히 재밌다. 다만 조금 지칠 뿐이다.
여전히 내 advisor ( 한국말로 뭐라고 하는지 생각이 안나...무슨 교수님...? )는 좋은 사람이고, 여전히 수학이 좋고 지금 하는 연구 분야가 흥미롭지만, 잠깐만 정말 잠깐만 아무 걱정 없이 쉬고 싶다.
이번 가을학기, TA일을 시작했다. Recitation (한국에서는 연습시간이라고 한다.)을 일주일에 3시간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 지친다.
수업 준비 + 수업 + 채점 + 튜터링 센터 까지 하면 일주일에 10시간 넘게 티칭에만 할애 하는 듯 하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진이 빠지는 일이다.
이번학기 내 스케쥴은 이렇다.
월요일 : 오후 Reading course meeting / 세미나 /세미나 저녁 /튜터링1시간 (끝나면 밤 10시.)
화요일 : 오전 세미나/ 수업
오후 수업 / 과제 Group work
수요일 : 오후 Reading course meeting
목요일 : 오전 수업
오후 수업 / 튜터링2시간 (끝나면 밤 9 시)
금요일 : 오전 Recitation 3
오후 Recitation 1시간 / 튜터링 1시간 (끝나면 오후 4시)
이 외의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의 비는 시간은 보통 Reading course 미팅 준비, 수업 복습, 과제, 내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목요일은 수업 준비를 한다. 금요일 4시에 튜터링이 끝나면 지쳐서 낮잠을 자고 아무것도 못 한다. 그러면 일주일이 그냥 사라진다. 주말에 일 안하려면, 그 다음 월요일에 미팅에서 발표할 내용을 수요일에 끝내놔야 하는 거다. 공부하고 싶은 것, 공부해야 하는 것은 산더미 인데 늘 시간이 부족하다. 내가 제일 집중하고 있는 건 내 교수님이랑 진행하는 Reading course인데 내용이 엄청 새롭고 어려워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거 집중하다 보면 다른 수업 과제랑 복습은 할 시간도 없다. 내 수업 퀴즈/시험 채점은 밤 늦게 집에서 한다. 하하.
이 Reading course 에서 어떤 책을 바탕으로 공부 하고 있다. 2달동안 겨우 1장을 끝냈다. 1장을 끝내는 마지막 Theorem 을 내가 정리해서 발표했는데, 증명이 2페이지나 되었다. 이거 하면서 엄청 뿌듯했다. 드디어 새로운 기호와 개념들에 익숙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2장에 가니 더욱더 새로운 내용이었다. 나 뭔가 좀 알 것같아! 하던 그 기분 다 없어졌다. 다시 새롭고 다시 하나도 모르겠다. 2달동안 내가 공부를 한게 맞나...? 하는 생각이 끊임 없이 든다. 이 공부를 같이 하고 있는 우리교수님의 다른 학생은( 나보다 1년 선배다.) 나보다 더 빨리 읽고, 더 빨리 이해하고, 같은 걸 읽어도 더 많은 걸 습득하는 것같은데, 나 혼자만 아무것도 이해 못하고 제자리 걸음인것 같아 서럽다. 나 혼자 멍청이인 것 같다. 두 달 동안 아무것도 이뤄낸 것 없이 괜히 스트레스받으며 시간만 허비한 것 같다. 일요일 까지 제대로 못쉬어가며 공부했는데 다 소용없던 것 같은 기분.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 까. 겨우 겨우 하나 끝내서 뿌듯해했는데, 정신차려 보니까 할일이 1000개는 더 있는 거. 그래서 크게 맘 다시 먹고 2번째거 하고 있는데 처음 내가 한게 잘못된 것 같아서 계속 돌아보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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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다. 연구에 공부에는 끝이 없고, 내 평생 이렇게 살을 거라는 거.
그래도.. 딱 일주일만 눈붙이고 아무걱정 없이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일주일동안 내 교수님이랑 미팅을 쉬더라도, 수업을 안 가더라도 다시 따라잡으려고 나는 여전히 공부하고 있겠지.
사실 힘들다고 일주일만 쉬고싶다고 교수님한테 얘기하면, 아무 덧말 없이 그러라고 할 교수님이지만, 교수님이 나한테 실망할까봐, 나를 약하다고 볼까봐 두렵다. 약한 거 들키기 싫다. 그러니까 계속 해야한다. 계속 나아가야한다. 쉼 없이. 겨울방학까지 딱 한 달만 더 참자. 할 수 있다 나는.
잘 먹고 잘 자고 싶다. 질릴 때까지 허리가 아파질 때까지 침대에 누워있고 싶다. 집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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